‘불꽃 인생’

박정철 (2015-04-18 14:55)

‘여호와의 사자가 떨기나무 가운데로부터 나오는 불꽃 안에서 그에게 나타나시니라 그가 보니 떨기나무에 불이 붙었으나 그 떨기나무가 사라지지 아니하느니라’(출 3:2)     어릴 적 시골에서 장작을 넣어가며 군불을 지피던 때가 있었다. 저녁때가 되면 어김없이 군불을 땠는데, 그 불길 앞에 앉았노라면 그렇게 편안하고 좋을 수가 없었다. 고구마라도 몇 개 넣어들 수 있는 날이면 남부러울 것이 없이 풍성했었는데, 벌겋게 피어나는 장작더미 불꽃 앞에서 얼굴도 달아올랐고 마음도 한껏 달아올랐다. 이제는 그때가 그저 추억거리로만 기억되고 있다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군불 이야기를 하니까 또 한 가지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학창시절 때 ‘심령 대 부흥회’를 할 때면 내 나름으로는 얼마나 흥분을 했는지 모른다. 목이 쉬는 줄도 모르고 찬송과 기도를 아끼지 않았었다.   며칠 전 수요 예배 때에 한 찬송을 부르는데, 예전 생각이 절로 나면서 빙그레 웃음이 터졌다. ‘불길 같은 주 성령 간구하는 우리게 지금 강림하셔서 영광 보여 주소서 성령이여 임하사 우리 영의 소원을 만족하게 하소서 기다리는 우리게 불로 불로 충만하게 하소서’ 이 찬송을 부르면서 교인들과 함께 기도하는데, 많은 분들이 기도 중에 “불로” “불로” “불로”를 외쳐댔는지 모른다. 불길 같은 성령의 임재를 간구했던 것이다.   그때와 비교해 보면 지금은 너무 고상하고 점잖게 기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목사가 되겠다고 기도할 때와 목사가 되고 난 후의 기도가 달라져 있어서는 안 될 것인데 말이다. 언제나 뜨거웠으면 한다. 추운 겨울 세상 마냥 심령도 냉랭해질까 두렵다. 이런 식어진 마음이라면 내 자신의 생각 하나도 곧추 세워낼 수 없을 것이니 말이다.   호렙산 떨기나무 불꽃 가운데 모세에게 임하신 하나님께서 보잘 것 없는 떨기나무 내 인생 가운데에 찾아오시기를 기도한다. 양을 치며 변방의 한 늙은이로 늙어가고 죽어가고 있던 모세에게 불꽃 가운데 임하신 하나님의 임재가 내게도 임하기를 소망해 본다. 그래서 모세가 120세로 죽을 때까지 눈이 흐려지지 아니하고 기력이 쇠하지 않았던 것처럼 하나님께서 임하시는 불꽃 인생이었으면 좋겠다.   학창시절 수련회 때에 초 한 자루 앞에서 촛불인생이 되고 싶었다. 군불 앞에서는 군불처럼 따뜻해졌으면 했다. 등불 앞에서는 등불처럼 되고 싶었고, 들불을 보면서는 들불처럼 살고 싶었다. 이제는 하나님께서 임하시는 불꽃 인생이 되어 불꽃 슛이라도 멋있게 한 골 넣고 싶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