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그의 파이터(5)

이순락 (2015-04-07 11:08)

(4) “직접 맞붙는 싸움기술은 더 별 다른 게 없다. 내가 평소에 누누이 강조했던 것 알고 있제? 동식이 너 말해 봐.” “예, 고개 돌리며 젖히는 운동하고 허리운동 마이(많이)하라 카는 거 알고 있습니다.” “그래, 맞다. 직접 붙었을 때는 평소에 연습 했던 대로 하고, 고개를 인사하듯 앞으로 젖히고 상대를 쏘아 보는 것 잊지 말고, 목을 좌우 양옆으로 잘 돌리고, 허리를 부디 목 돌리는 것처럼 잘 돌리면 된다. 그래만 하면 상대로부터 한방씩 맞았다 해도 절대로 크게 다치지 않으니까 목 운동, 허리운동 부디 많이 해라. 권투식으로 주먹을 사용하되 동시에 발차기와 상대방 다리 걸어 넘어뜨리는 것 절대로 잊지 말라. 그러니까 너그들은 단순한 권투나 태권도가 아니고 무대뽀지만 동시에 2~3가지 기술을 부리는 것이란 말이다. 알았제?! 이상." 어둠도 짙고 해서 실전의 싸움 연습하는 것은 불가능하기도 했었다. 아무튼 분위기는 적절하게 잡았던 것이다. 그리고 방에 돌아와서 계속 이야길 했다. “동식이 하고 상훈이 두 사람이 한참 앞서 가도록 한다. 나머지 2~3명은 그 뒤에 아주 멀찍이 떨어져 가는 것이다. 종태씨와 나는 제일 뒤에 천천히 따라붙는다. 앞선 두 사람이 깡패들과 시비가 벌어져 옥신각신할 때쯤이면 둘째 팀이 가서 도와주고 싸움이 붙게 되면 동식이 니가 나서야 한다. 가르쳐 준대로 상대방 중에 제일 센 놈에게 앵겨 붙는다. 알았제? 그 뒤는 종태씨가 처리하고 정히 안 되면 내가 나서서 뒷정리를 하께. 됐제?” 그들 모두 만족한 표정이었다.     응징과 위상확립 (1) 양모께서 엄하게 언성을 높이셨다. “니 또 청년들인테 싸움질 가르쳤제?” “아, 아닙니다. 어무이는 마아 걱정하지 마이소. 별거 아닌기라요.” “종태하고 얘기해서 월급날 청년들 돈이나 안 뺏기도록 해라.” “네, 그건 전에도 얘기 했심더. 마아 걱정하지 마이소.” 그런 나의 대답이 있고는 더 이상 말씀이 없었다. 양모님이 말씀하시는 청년들 월급날 깡패들에게 돈 뺏기는 이야기는 이렇다. 월급날이면 동네 깡패들이 떼거리로 모아 박카스를 차떼기로 한 차 정도(낱 병으로 약 3천개 이상의 분량으로 추정) 공장 정문 입구에 쌓아 두고 근로자들이 퇴근하면 박카스를 한 병씩 강매하는 것이다. 공장 근로자들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무조건 한 병씩 사야 되고, 돈을 깡패들이 쥐고 있는 돈 자루에 넣어야 하는 것이다. 만약 박카스 값을 내지 않으면 바로 멱살을 잡고 한쪽으로 끌고 가서 뭇매로 사람을 타작하는 것이다. 무서운 공포가 도사리고 있어 그 누구도 찍소리 못하고 저들이 하는 대로 따라야 하는 것이다. 그 당시의 박카스 가격에 관한 기억은 거의 없다. 그러나 예를 들면 한 병에 오백 원 내지 천 원 정도 한다면 만 원짜리 지폐를 무조건 돈 자루에 집어넣어야 하는 것이다. 어찌된 셈인지 경찰은 구경할 수도 없었다. 회사 경비실 직원들도 너무도 당연한 행사인 것처럼 구경하듯 했으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속으로 계산해 보았다. 그 많은 액수의 돈을 강취하여 도대체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궁금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이상 더 깊은 생각까지는 할 입장이 못 되었다. 예를 들어 그 돈의 일부를 지역의 경찰과 회사경비실에 뇌물로 줄 것이 아니겠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아무튼 아주 옛날의 나의 어릴 적 기억으로 보면 이런 정도는 당연한(?)것인지도 모른다. 즉 기차를 타고 가다보면 금속의수를 한 상이군경 아저씨가 빨강 초록 노랑색 물감을 들인 닭털 장식물(?)을 기차 승객에게 내밀면서 강매를 했던 것이다. 즉 금속 갈쿠리 같은 의수를 사람 턱밑에 들이대고 쑥쑥 내밀면서 무조건 돈 내라고 강매하던 그런 시절도 있었기 때문이다. 여하튼 나도 사실 월급날 깡패들의 짓거리를 두어 번 본 일이 있었다. 그러나 어떻게 제지할 길이 없었다. 공연히 만용을 부렸다간 깡패들에게 몰매를 맞기 알맞은 처지였기 때문이다. 하숙생 청년들에게 미안함을 말하면 그 때 마다 “학생요, 괜찮습니다. 우리는 마 당연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실은 대답 뒤엔 눈에 보일 정도의 한숨과 오열에 떨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박카스 한 병 값으로 최저 하루 일당을 고스란히 빼앗기는 처지 였으니. 그들의 저런 대답은 내가 자칫 깡패들에게 몰매라도 맞아 크게 다칠까봐 염려를 하기 때문이었다. 역발산기개세라 해도 독불장군은 없을 것이니까. 그래서 나는 속으로 다짐했다. 언젠가는 저런 짓을 절대로 못하게 해야지. 최소한 우리 집에 하숙하는 청년들 돈에는 손 못되도록. 더구나 양모님의 분부도 계셨으니 마음에 안달이 났다. 어쨌거나 깡패 부두목이라는 녀석의 일을 처리하고 난 뒤 그 일도 어떻게 해 볼 생각이었다. 자존심의 문제가 아닌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