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마이너리그의 파이터(4)

이순락 (2015-03-31 21:07)

(2) 나는 생각했다. 싸움은 붙어봐야 알겠지만 단순히 장난을 친다거나 완력으로 할 때면 나 같은 놈은 꼼짝 못한다. 나의 최대 약점인 것이다. 덩치 큰 놈 앞엔. 나란 놈은 키도 작지 몸무게도 고작 50킬로그램 이쪽저쪽일  정도니. 순간적으로 전광석화처럼 뇌리에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만약에 내 몸 어딘가 잡히거나 혹은 한방 맞았다고 가정해보자. 본능적으로 공격적인 권투의 수련으로 얻은 것이 있다. 즉 1초에 3~4대 가격할 수 있는 주먹과 팔꿈치로 방어와 동시에 가격하는 방법인 것이다.   또한 뒷발걸기 혹은 호미걸이 다리로 상대를 주먹으로 가격하면서 넘어뜨리는 방법을. 그렇다 그게 최상의 방법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녀석은 나의 추리로 키가 대략 170센티는 더 될 것 같고, 몸무게 또한 최저 70킬로그램 정도는 더 되겠거니 라고 정리를 했다. 한편으로 녀석이 만약 맞붙었을 때 먼저 심하게 몰아 부칠 경우, 나의 비장의 특기인 박치기(헷딩 공격)도 사양 않겠다는 것 까지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 박치기는 워낙 위험해서 죽을 정도로 급하지 않은 이상은 사용치 말아야 할 비장의 기술이다. 박치기 이외에 상대의 부삿(불알)차기가 있지만 이 또한 생사의 위험순간이 아니면 함부로 사용할 기술은 결코 아닌 것이다. 동물의 세계에서도 독수리의 날카로운 발톱이나 들소의 강한 뿔은 결코 함부로 쓰는 것이 아님과 같은 이치이다. 박치기로 한 번 제대로 가격하면 상대의 코 또는 입술을 비롯한 잇빨이 성치 못하는 위험천만한 것이기에...   더구나 부삿차기는 목숨이 걸린 금기된 방법이니까. (3) 내가 침묵을 깨면서 말했다. “아무튼 알겠소. 아가씨에 관한 일은 그 정도로 해두고 그 새끼들과 맞붙었을 때를 대비하여 연습을 해야 겠소.” “맞습니다. 학생이 좀 가르쳐 주소.” “자, 그러면 어두워지긴 하지만 솔숲 도장으로 갑시다.” 하면서 퇴근한 여섯 명을 데리고 내가 닦아 둔 집 앞 솔숲의 도장으로 갔다. 아무튼 정신무장 차원에서라도 이렇게 하는 게 옳을 것 같았다.  “싸움에서는 절대로 싸움한다는 마음으로 있으면 가슴이 떨리는 법이다. 특히 간이 작은 놈은 떨려서 주먹질은 고사하고 상대 주먹을 피할 여가도 없단 말이다. 항상 보통 격투기 연습 때처럼 ‘연습’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말이다. 알겠나? 이건 절대로 싸움이 아니고 싸움 연습하는  것이다고 생각해야 한단 말이다. 내가 누누이 강조하지 않았나 말이다.”고 평소의 주문대로 훈시하였다. 순간적으로 종태를 의식하면서 말 하는 태도를 바꿨다. 즉 경어를 써야겠다는. “내 생각으로는 아마 와대와(여럿이서 떼거리로 싸우는 것)는 없을 것이오. 그렇지만 아마 2~3명이 같이 싸울 경우를 대비해서 연습토록 하겠소.”하면서 ‘작전회의’같은 것을 하며 어떻게 해야 할 것을 지도했다. 나는 저들에게 평소에 늘 하는 말이 있다. 싸움이 붙었을 때는 상황 보아가면서 상대측 어떤 녀석이 1:1의 싸움에 비겁하게 뛰어들 경우, 최소 2~3명이 벌떼처럼 집중적으로 그 뛰어든 놈에게 덤벼서 작살을 내라는 것. 소위 내가 말하는 불개미 전법인 것이다. 비겁한 놈에게 응징하는 차원인 것이다. 그들은 당연히 그렇게 하겠노라고 맹세하듯 했다. 그리고 만에 하나라도 상대측이 흉기를 들고 난동을 피울 경우, 다른 무기가 없을 땐 윗도리 옷을 벗어 빙빙 돌리면서 상대를 노려보고 대응하라. 가능한 한 돌리는 옷으로 상대방의 눈을 가격하여 공격이 어렵도록 기선을 제압하라. 또한 최소 1~2명은 군용 반도(탄띠)를 착용토록 하라는 것 등이다. 군용 탄띠는 상대방이 갑자기 흉기를 들고 공격할 경우, 대응할 수 있는 호신용 무기로 쓰일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은 모두 기본적인 ‘방어를 위한 공격용 수칙’으로서 일깨워 준 것이다. 탄띠 사용방법은 평소에 지도한 것이 있어 저들이 쉽게 이해하고 있었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어디를 갈 때는 항상 2~3명씩 함께 다니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6~7명이 움직일 때도 항상 이 원칙을 지키라고 했다. 즉 앞서 가는 2~3명을 멀찍이 뒤따라가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상대와 싸움이 본격적으로 붙었을 때, 우리 팀에서 비교적 약해 보이는 사람이 상대방의 강해 보이는(두목급) 녀석에게 약 올리며 대들어야 함을 가르쳤다. 그 싸움은 우리 편이 지게 되어 있다. 그렇지만 제일 강한 상대방에게 힘을 빼게 함은 물론이며, 약한 우리 편도 기죽지 않고 뒷 싸움에 나설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싸움에서는 우리 팀에서 가장 강한 자가 상대방이 누구이든 두들기라는 것이다. 실제로 싸움은 거의 2회전 정도로 끝이 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에라도 또 한 판 더 붙게 되더라도 우리 쪽에는 중간 보스급이 나서면 당연하게 상대를 이길 수 있음은 설명할 나위가 없는 법이다. 사실 이 방법은 손자병법에 나오는 싸움의 전법인 것이다. 내가 만약 전통 씨름하는 선수들의 감독쯤 된다면 단체전 시합에서는 꼭 이 방법을 채택하고 싶은 것이다. 이순신 장군이 울돌목해전(명량해전)에서 펼친 학익진 전법(학의 날개처럼 옆으로 일렬횡대로 벌이는 전법)이 오늘날 해전에서도 전수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