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겟세마네 동산에서’

박정철 (2015-03-21 20:59)

‘기도 후에 일어나 제자들에게 가사 슬픔으로 인하여 잠든 것을 보시고 이르시되 어찌하여 자느냐 시험에 들지 않게 일어나 기도하라 하시니라’(눅 22:45,46)   사순절 다섯째 주일이다. 바다를 거닐며 무슨 설교를 준비할까 고민하다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특별새벽기도회가 있어서인지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시는 예수님이 생각이 난다. “아버지여 만일 아버지의 뜻이거든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그러나 내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 원하나이다.” 힘쓰고 애쓰시면서 간절히 기도하시던 주님의 모습이 떠올랐다.   주님의 제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여전히 깊은 잠에서 깨어 나오지 못하는 모습으로 힘들어하고, 아버지의 뜻보다는 내 뜻을 고집하며, 기도 좀 한다고 “기도 좀 하라.”고 다그치고 있는 같잖은 내 모습을 돌아보며 설교의 가닥을 잡아간다. 기도의 본을 친히 겟세마네 동산에서 보이신 주님을 보며 제멋대로 자기 원하는 대로 웃자라 버린 가지들을 쳐내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의 좇아 살아가야만 하는 우리 성도들에게 있어서 우리의 삶의 자리는 언제나 겟세마네 동산이다. 문제는 그 동산에서 보여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겠다. 하나는 땀이 핏방울이 되기까지 기도하셨던 주님의 모습이요, 다른 하나는 잠들어 버린 제자들의 모습이다. 천사들이 와서 돕기까지 하셨던 예수님의 기도와 악한 마귀의 시험에 걸려 넘어질 수밖에 없었던 제자들의 잠자는 모습이다.     제자들은 슬픔으로 인하여 잠들었었다. 그들도 예수님께서 죽으실 것을 미리 알았고, 그 죽음은 자기들에게도 고난으로 이어질 것임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슬펐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슬픔으로 인해서 잠들어버렸다는 것인데, 기도해야 할 때에 잠들어버렸으니 여전히 그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이 깊어서 빠지는 것이 아니라 수영을 못해서 빠지는 것인데, 슬픔으로 인해서 지는 것이 아니라 기도하지 못해서 지는 것이리라.   내 몫에 태인 십자가로 인해 우리들의 모습은 어떤지 모르겠다. 힘들고 무거운 십자가일 수밖에 없을 것이지만 그 십자가를 두고 힘쓰고 애써 간절히 기도함으로 십자가는 능히 지는 예수님의 모습일까 아니면 그 십자가를 두고 슬퍼하며 잠들어버린 제자들의 모습일까. “어찌하여 자느냐 시험에 들지 않게 일어나 기도하라.” 하시는 주님의 책망어린 말씀을 받지 않도록 좀 정신을 바짝 차려봐야겠다.